미얀마의 주요 도시 1편, 네피도(Naypyidaw)

거대한 꿈의 도시 미얀마의 새 수도, 네피도
미얀마의 수도가 양곤이 아닌 네피도(Naypyidaw)라고?
이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2005년, 미얀마 군사정부는 오랜 수도였던 양곤에서 약 320km 북쪽 내륙의 평원으로 갑작스럽게 수도를 이전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심장을 만들어낸 듯,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거대한 계획도시 네피도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미스터리하고 흥미로운 곳으로 남아있다.
미얀마의 현재 행정수도, 네피도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이유로 수도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 광활한 신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았다.
하루아침에 옮겨진 수도, 네피도의 탄생 비화
2005년 11월 6일, 미얀마의 공무원들은 갑작스러운 군정부의 지시에 따라 양곤을 떠나 핀마나(Pyinmana) 인근의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수도 이전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이듬해인 2006년 3월 미얀마 군대기념일에 맞춰 공식적으로 네피도가 새로운 수도임을 대내외에 선포하였다.
도시의 이름인 '네피도'는 미얀마어로 "왕국의 도읍지" 또는 "왕이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국가 중심지에 대한 군부의 의지를 담고 있는 명칭이었다.
네피도의 규모는 생각보다 거대했는데, 면적이 약 7,054km²로, 서울의 10배가 넘는 광대한 땅 위에 건설된 수도였다. 하지만 인구는 100만 명 내외로 추정되며 네피도의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10차선이 넘는 넓디넓은 도로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이나, 거대한 관공서 건물들이 드문드문 자리한 풍경은 네피도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넓고 황량한 수도', '유령 도시'라는 독특한 첫인상을 남기곤 한다.


왜 옮겼을까? 수도 이전의 숨겨진 이유들
미얀마 군 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수도 이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토의 중앙에 수도를 위치시켜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 수도였던 양곤이 너무 혼잡하고 인구가 많아 정부 청사 확장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이 공식 발표 이면에 다른 정치적,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군사적 방어 및 안보 강화 : 해안가에 위치한 양곤은 외부 세력의 침입이나 해상 공격에 취약한 반면, 내륙 깊숙한 곳에 새로 건설된 네피도는 군사적으로 방어하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다. 또한, 과거 양곤에서 자주 발생했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나 민중 봉기로부터 정부 기능을 보호하고,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군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식민 잔재 청산 의지 : 양곤은 영국 식민지 시절 건설되고 발전한 도시로, 식민 통치의 상징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군정부가 새로운 수도를 건설함으로써 이러한 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자주적인 미얀마'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는 해석도 있다.
- 점성술과 지도자의 결단 : 당시 군부 최고 지도자였던 탄 슈웨 장군이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점성술사의 조언에 따라 수도 이전을 결정했다는 비공식적인 설도 꾸준히 제기고 있는데, 미얀마에서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국가적 결정에 점성술이 큰 영향을 미치곤 했으며, 현재 탄 슈웨 장군 곁에 있는 점성술사의 존재가 그것을 유추하게 만든다.
- 군부 통제력 강화 및 권력 집중 : 수도를 이전하고 모든 정부 기능을 한 곳에 집중시킴으로써, 군부가 국가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 했다는 분석도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네피도로의 수도 이전은 단순한 행정 구역 변경을 넘어, 당시 미얀마 군사 정권의 복합적인 정치적, 전략적 계산이 깔린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계획도시 네피도의 주요 명소와 특징
네피도는 철저한 계획하에 구역별로 기능이 명확하게 나뉘어 조성되었다. 대통령궁과 정부 부처들이 모여 있는 행정 구역, 고급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선 주거 구역, 각국 대사관이 자리할 외교 단지(아직 대부분 비어있음), 대형 호텔들이 있는 호텔 구역, 그리고 쇼핑센터와 공원 등 편의시설 구역 등으로 구분된다. 텅 빈 듯한 넓은 도로와 거대한 건물들은 네피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 우파타산티 파고다 (Uppatasanti Pagoda) : 네피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를 거의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본떠 만들었으며, 높이가 약 99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황금 불탑이다. 쉐다곤 파고다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진 못했지만, 네피도에서는 가장 중요한 종교적 성지이자 시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 국회의사당 단지 (Pyidaungsu Hluttaw Complex) :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사당 건물군이다. 20개가 넘는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웅장하고 독특한 외관은 네피도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만든다. (일반인의 내부 관람은 제한되고있다.)
- 국립 랜드마크 정원 (National Landmark Garden) : 미얀마 전역의 유명한 랜드마크와 각 주 및 지역의 특징적인 건축물들을 미니어처 모델로 만들어 전시해 놓은 테마파크다. 미얀마 전체를 한눈에 둘러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 네피도 동물원 (Naypyidaw Zoological Gardens) : 동남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동물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과 조류, 파충류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넓은 부지에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 박물관 투어 : 국립박물관에서는 미얀마의 역사와 고고학적 유물, 다양한 민족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으며, 보석박물관에서는 미얀마의 풍부한 보석 자원과 아름다운 세공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자국의 군사력을 위시하기 위해 만든 군사박물관도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네피도 워터 파운틴 파크 (Naypyidaw Water Fountain Park) : 넓은 부지에 조성된 공원으로, 다양한 모양의 분수와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한다. 특히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 분수 쇼가 펼쳐져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즐거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였지만 현재는 간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현대적인 편의시설 : 이 외에도 네피도에는 국제 규격의 골프장, 대형 쇼핑몰(정션센터 등), 켐핀스키 호텔 같은 고급 호텔들이 잘 갖춰져 있어, 행정수도로서의 현대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다.


네피도 여행자를 위한 안내
- 가는 방법 : 보통 인천에서 동남아 주요 허브 공항(방콕, 싱가포르, 쿠알라룸프르 등)으로 이동한 뒤, 옛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인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네피도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으로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 양곤에서 자동차나 고속버스로는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며 철도도 이용가능하지만 여행자에겐 제한되고 있다. 잘 닦인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육로 이동도 비교적 편리하다.
- 숙박 시설 : 켐핀스키 호텔 같은 최고급 호텔부터 중급 호텔,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 시설이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공항 셔틀 서비스나 렌터카 예약, 무료 와이파이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 도시 내 이동 : 네피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교통 체증이 거의 없는 넓고 잘 정비된 도로다. 택시를 이용하거나 호텔을 통해 차량을 렌트하는 것이 편리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둘러볼 수도 있다.
- 여행 시 참고 및 주의사항 : 네피도는 미얀마의 정치·행정 중심지이지만, 문화적 활기나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즐길 거리는 여전히 양곤이나 다른 관광 도시들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얀마의 현대적인 발전상과 독특한 계획도시의 모습을 경험하고 싶다면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등 국제적인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현재 미얀마의 내전에 따른 정치 상황 및 사회 전반이 혼란스럽기에 여행 시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요 인구가 밀집된 도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각 도시별 이동에는 주의가 필요하며 이동이 제한되기도 한다.
미얀마의 새로운 얼굴, 그러나...
네피도는 21세기 미얀마가 야심 차게 선보인 새로운 얼굴이자, 국가의 미래에 대한 어떤 의지를 담고 건설된 도시다. 텅 빈 듯 광활한 공간과 거대한 건축물들은 때로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곳은 분명 미얀마의 현재를 움직이는 정치와 행정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양곤의 역사적인 무게감이나 바간의 고대 유적 같은 깊은 울림은 없을지라도, 네피도는 미얀마 현대사의 중요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장소임에 틀림없다. 이 거대한 계획도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채워지고 변화해갈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전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비록 민간인 거주구역이어서 안전하다고는 하나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사람들의 곤궁함과 피폐함이 눈에 띈다. 내전이 빠르게 종식되어 다시 예전의 찬란했던 미얀마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